소꿉친구 외전 - 영재 이야기

로맨스 현대물
나인
출판사 신영미디어
출간일 2016년 03월 10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9.4점 (81건)
작품설명

소꿉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그녀는 모르는 그의 까칠한 애정의 뒷이야기



<미리보기>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스포츠 클럽 한쪽에 마련된 테니스 코트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파란 하늘 아래 흰색 테니스복을 입은 훤칠한 두 남자가 라켓을 힘차게 휘두르며 녹색 코트를 누비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날렵한 몸매의 청년이 아마추어 같지 않은 엄청난 스피드의 공을 따라붙어 점프한 뒤 백핸드로 쳐 냈다. 코트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초반에 이 청년의 강하고 날카로운 서브에 밀려 고전하던 상대방이 곧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강력한 포핸드 공격을 시도하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한동안 경쾌한 타구음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코트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접전을 벌였고, 마지막에는 2 대 1로 청년이 이겼다.
경기를 마친 영재는 네트로 다가가 고등학교 테니스부 선배인 규태와 악수를 나눴다.
“멋진 시합이었어. 오랜만에 하는데 살살 좀 하지. 첫 게임은 러브게임으로 내주는 줄 알았다.”
“선배답지 않게 약한 소리 하시네요.”
“자식, 처음부터 서브 에이스로 사람 긴장시킨 사람이 누군데?”
“금방 컨디션 회복하시던걸요.”
“유난히 네 서브는 리턴하기 까다롭단 말이다. 이 형님 젖 먹던 힘까지 쓰게 만든 벌로 밥한 끼 사.”
규태는 심판을 봐 준 회원에게 인사를 하고 라켓과 테니스 가방을 챙겨 코트를 벗어나는 내내 영재에게 식사나 같이 하자며 계속 청했다. 오늘따라 유독 선배가 끈질기다 싶었는데 샤워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드는 미녀 둘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네 상대하느라 고생한 선배한테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샤워 끝내고 함께 점심 식사 하자.”
“선배님 일행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나중에 살게요.”
“괜찮아. 네가 합석한다면 더 좋아할 거야.”
영재가 규태의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세련된 인상의 단발머리 여자를 흘낏 쳐다보았다. 우연을 가장한 계획된 소개팅. 식사를 핑계삼아 여자를 소개해 주려는 모양인데, 상대방은 호의로 하는 행동이겠지만 당하는 그는 귀찮을 따름이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여자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일부러 언급한 여자친구란 말에 규태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멋쩍게 웃었다.
“여자친구 있었어?”
영재가 왼손 약지를 들어 커플링을 보여 주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요긴하게 쓰이는 반지다.
“커플링?”
“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어요.”
“혹시 너하고 소문났던…… 그 누구더라. 그래, 김선영. 그 어릴 적부터 이웃사촌이라던 아이와 여전히 사귀는 거야?”
“네.”
“용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귀는구나.”
신기해하는 선배의 표정에 영재는 순간적으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을 감지했는지 규태가 얼른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보통 대학 가면 헤어지던데 너희는 정말 대단한데. 서로가 첫사랑일 거 아냐. 나중에 선영씨도 불러서 같이 식사 한번 하자.”
“네.”
영재는 아쉬워하는 규태 일행의 시선을 뒤로 하고 곧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그는 땀에 젖은 테니스복을 벗고 시원한 물로 상쾌하게 샤워를 마친 뒤, 밝은 색상의 바지에 캐주얼한 느낌의 남색 셔츠를 입고 스포츠 클럽을 나섰다. 건물 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주차 요원이 검은색 스포츠카를 끌고 와 그의 앞에 정차했다. 차를 인계받아 운전석에 오른 그는 콘솔 박스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음악을 켰다. 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는 안전벨트를 매며 흥얼거리듯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반짝이는 노란 햇살과 활짝 연 차창 너머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렇게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작은 금속 간판이 달린 보석상이었다. 묵직하고 어두운 나무문에 쇼케이스도 없는 폐쇄적인 인테리어 탓에, 간판에 쓰인 ‘Jewellery’란 단어를 제외하고는 어디를 봐도 보석상처럼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영재는 얼마 전에 선영의 생일 선물로 주문한 목걸이를 받아서 내용물을 확인하고, 두 번째 목적지인 화란 대학교로 향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통행량이 많지 않아 예상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영재는, 약속 시간까지 제법 시간이 남은 것을 확인하고 어딘가 실내로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조용한 피아노 연주곡과 시원한 공기가 그를 반겨 주었다. 깔끔한 주차시설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것치고는 소란스럽지 않고 차분한 카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가 학교 정문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자 직원이 메뉴를 들고 상냥한 얼굴로 다가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주문을 마친 영재가 선영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려는데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이 끝나고 쇼팽의 왈츠가 흘러나왔다. 이 곡은 여자친구인 선영과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으로 그녀에게 첫 키스 하던 날 그가 연주했던 곡이다. 그 당시를 떠올리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시시때때로 그 일이 떠올라 혼자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렸던지.
영재가 옛일을 떠올리는 사이 커피숍 직원이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탁자 위에 놓고 갔다. 영재는 직원이 놓고 간 냅킨에서 카페 이름을 확인한 뒤 선영에게 카페 이름과 위치를 문자로 보내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물방울 맺힌 유리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하얀 도화지에 파란색 물감을 꼼꼼히 칠한 듯한 파란 하늘 아래 사람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름을 앞둔 6월의 강렬한 햇살이 거리를 비추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현수막이 펄럭였다. 커다란 유리창이 큰 액자가 되어 바깥 풍경이 마치 일상을 표현한 한 장의 그림 같았다. 영재는 때로는 하는 일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컨을 틀어 놓은 쾌적한 실내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면.
그때 예닐곱 살쯤으로 보이는 통통한 여자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유리창 앞으로 지나갔다. 어딘가 어릴 때의 선영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였다. 그러고 보면 서울 안에서도 서쪽의 끄트머리 동네에 살던 선영네 가족이 먼 친척의 상속을 받아, 전통적인 부촌인 영재네 동네로 이사를 온 것은 염소가 당나귀를 낳는 것만큼이나 기적 같은 일이었다.

작품설명

소꿉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그녀는 모르는 그의 까칠한 애정의 뒷이야기



<미리보기>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스포츠 클럽 한쪽에 마련된 테니스 코트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파란 하늘 아래 흰색 테니스복을 입은 훤칠한 두 남자가 라켓을 힘차게 휘두르며 녹색 코트를 누비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날렵한 몸매의 청년이 아마추어 같지 않은 엄청난 스피드의 공을 따라붙어 점프한 뒤 백핸드로 쳐 냈다. 코트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초반에 이 청년의 강하고 날카로운 서브에 밀려 고전하던 상대방이 곧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강력한 포핸드 공격을 시도하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한동안 경쾌한 타구음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코트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접전을 벌였고, 마지막에는 2 대 1로 청년이 이겼다.
경기를 마친 영재는 네트로 다가가 고등학교 테니스부 선배인 규태와 악수를 나눴다.
“멋진 시합이었어. 오랜만에 하는데 살살 좀 하지. 첫 게임은 러브게임으로 내주는 줄 알았다.”
“선배답지 않게 약한 소리 하시네요.”
“자식, 처음부터 서브 에이스로 사람 긴장시킨 사람이 누군데?”
“금방 컨디션 회복하시던걸요.”
“유난히 네 서브는 리턴하기 까다롭단 말이다. 이 형님 젖 먹던 힘까지 쓰게 만든 벌로 밥한 끼 사.”
규태는 심판을 봐 준 회원에게 인사를 하고 라켓과 테니스 가방을 챙겨 코트를 벗어나는 내내 영재에게 식사나 같이 하자며 계속 청했다. 오늘따라 유독 선배가 끈질기다 싶었는데 샤워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드는 미녀 둘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네 상대하느라 고생한 선배한테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샤워 끝내고 함께 점심 식사 하자.”
“선배님 일행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나중에 살게요.”
“괜찮아. 네가 합석한다면 더 좋아할 거야.”
영재가 규태의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세련된 인상의 단발머리 여자를 흘낏 쳐다보았다. 우연을 가장한 계획된 소개팅. 식사를 핑계삼아 여자를 소개해 주려는 모양인데, 상대방은 호의로 하는 행동이겠지만 당하는 그는 귀찮을 따름이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여자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일부러 언급한 여자친구란 말에 규태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멋쩍게 웃었다.
“여자친구 있었어?”
영재가 왼손 약지를 들어 커플링을 보여 주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요긴하게 쓰이는 반지다.
“커플링?”
“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어요.”
“혹시 너하고 소문났던…… 그 누구더라. 그래, 김선영. 그 어릴 적부터 이웃사촌이라던 아이와 여전히 사귀는 거야?”
“네.”
“용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귀는구나.”
신기해하는 선배의 표정에 영재는 순간적으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을 감지했는지 규태가 얼른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보통 대학 가면 헤어지던데 너희는 정말 대단한데. 서로가 첫사랑일 거 아냐. 나중에 선영씨도 불러서 같이 식사 한번 하자.”
“네.”
영재는 아쉬워하는 규태 일행의 시선을 뒤로 하고 곧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그는 땀에 젖은 테니스복을 벗고 시원한 물로 상쾌하게 샤워를 마친 뒤, 밝은 색상의 바지에 캐주얼한 느낌의 남색 셔츠를 입고 스포츠 클럽을 나섰다. 건물 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주차 요원이 검은색 스포츠카를 끌고 와 그의 앞에 정차했다. 차를 인계받아 운전석에 오른 그는 콘솔 박스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음악을 켰다. 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그는 안전벨트를 매며 흥얼거리듯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반짝이는 노란 햇살과 활짝 연 차창 너머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렇게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작은 금속 간판이 달린 보석상이었다. 묵직하고 어두운 나무문에 쇼케이스도 없는 폐쇄적인 인테리어 탓에, 간판에 쓰인 ‘Jewellery’란 단어를 제외하고는 어디를 봐도 보석상처럼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영재는 얼마 전에 선영의 생일 선물로 주문한 목걸이를 받아서 내용물을 확인하고, 두 번째 목적지인 화란 대학교로 향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통행량이 많지 않아 예상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영재는, 약속 시간까지 제법 시간이 남은 것을 확인하고 어딘가 실내로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조용한 피아노 연주곡과 시원한 공기가 그를 반겨 주었다. 깔끔한 주차시설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것치고는 소란스럽지 않고 차분한 카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가 학교 정문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자 직원이 메뉴를 들고 상냥한 얼굴로 다가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주문을 마친 영재가 선영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려는데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이 끝나고 쇼팽의 왈츠가 흘러나왔다. 이 곡은 여자친구인 선영과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으로 그녀에게 첫 키스 하던 날 그가 연주했던 곡이다. 그 당시를 떠올리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시시때때로 그 일이 떠올라 혼자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렸던지.
영재가 옛일을 떠올리는 사이 커피숍 직원이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탁자 위에 놓고 갔다. 영재는 직원이 놓고 간 냅킨에서 카페 이름을 확인한 뒤 선영에게 카페 이름과 위치를 문자로 보내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물방울 맺힌 유리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하얀 도화지에 파란색 물감을 꼼꼼히 칠한 듯한 파란 하늘 아래 사람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름을 앞둔 6월의 강렬한 햇살이 거리를 비추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현수막이 펄럭였다. 커다란 유리창이 큰 액자가 되어 바깥 풍경이 마치 일상을 표현한 한 장의 그림 같았다. 영재는 때로는 하는 일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컨을 틀어 놓은 쾌적한 실내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면.
그때 예닐곱 살쯤으로 보이는 통통한 여자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유리창 앞으로 지나갔다. 어딘가 어릴 때의 선영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였다. 그러고 보면 서울 안에서도 서쪽의 끄트머리 동네에 살던 선영네 가족이 먼 친척의 상속을 받아, 전통적인 부촌인 영재네 동네로 이사를 온 것은 염소가 당나귀를 낳는 것만큼이나 기적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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